유니세프 내용 바로가기 링크

후원자 참여

후원자 참여 이미지

유니세프 후원자님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

MORE

착한상품

착한상품 이미지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희망이
전해지는 착한상품

MORE

자원봉사

자원봉사 이미지

세계 어린이를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유니세프 자원봉사

MORE

스토리

공지사항

[현장 직원의 목소리] 남수단 전쟁터 한가운데서 쓴 일기

2016.11.23

‘클로에 시드니(Chloe Sydney)’는 유니세프 남수단 사무소의 보고 담당자입니다. 클로에는 2016년 2월부터 남수단에서 근무해왔습니다. 그리고 클로에가 머무는 남수단 수도 ‘주바’에서 2016년 7월 8일에 내전이 발발했습니다. 3일 뒤인 7월 11일에 휴전 체결을 맺기까지 주바는 그야말로 공포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클로에는 자신의 아파트에 숨어있는 동안 경험했던 긴급상황들을 모두 일기에 기록했습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남수단의 한가운데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또 그곳에 머물고 있던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그때의 공포가 그대로 담겨 있는 클로에의 일기를 여러분께 공개해드립니다.

 

 

남수단 내전 한가운데에서 쓴 일기

 

[7월 8일 금요일: 비현실적이었던 금요일]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었다. 정말 끔찍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직 이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너무 무섭다.

 

잠시 어제의 상황으로 돌아가 봐야겠다. 어제 첫 번째 총성을 들었을 때 난 저녁을 먹고 있었다. 방금 들은 소리가 총소리라는 걸 금방 알아챘다. 남수단이 지구 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아니겠지만, 내가 이곳에서 지낸 6개월간 지금까지 어떠한 총성도 듣지 못했었다.

 

실제로 남수단 내전에서 사용된 무기들

 

그다음 날인 오늘로 다시 돌아와 보자. 오늘 아침, 어디를 가든 군인들이 서있었다. 도시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난 회사에서 일찍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3일간 회사는 문을 열지 못할 것이라고 전달받았다. 아파트로 돌아오자마자 비상용 피난 가방을 쌌다. 간편하고 작은 배낭에 여권, 돈, 여벌의 옷 같은 필수용품을 넣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음악을 틀었다. 그 순간 갑자기 밖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렸다. 밖은 이미 아수라장이 된 것 같았다. 그래도 예상했기 때문인지 어제보다 대처하기는 쉬웠던 것 같다. 난 내 방에서 가장 안전한 곳인 화장실로 기어갔다. 폭발음이 계속 들렸는데, 이번엔 총성뿐만 아니라 대포 소리도 들렸다. 무서워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내 소동은 가라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누가 ‘쾅쾅’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도 이웃집 소녀였다. 소녀는 우리 집 안으로 들여보내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난 그녀가 지금 누군가에게 살해당할까 너무 무서웠다. 손이 떨려서 맞는 열쇠를 빨리 찾지 못했다. 문을 열자 소녀와 이웃 몇 명이 우리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어떤 남자가 빌딩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 얼른 빨래 속에 숨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건물의 지붕 위에서 사진을 찍으려 한 기자 때문에 건물을 뒤진 사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들이 우리를 찾아낼까 봐 너무 무서워서 한 시간이 넘도록 화장실 문을 잠그고 숨어 있었다.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은 채, 숨소리도 낮추며 모두 꼭 붙어 있었다. 영원 같았던 시간이 지난 후, 밖으로 나간 남자로부터 이제는 나가도 안전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일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심한 전투가 있을까? 내 친구들이 안전하기를 바란다. 잘자, 주바.

 

[7월 9일 토요일: 앞으로 다가올 일의 맛보기]

 

어젯밤, 최소 150명의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밤새 잠이 들지 않아 아침에 꾸벅꾸벅 졸다가 산발적인 총성을 듣고서야 잠에서 깼다. 길거리에 놓인 시체들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오늘은 매우 조용했다. 아주 가끔 총성이 들리는 정도였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문 앞으로 소파를 옮겨놓았다. 그러나 오늘은 아이러니하게도 축하할 일이 하나 있다. 5년 전 오늘은, 남수단이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가 된 날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제 축하할만한 일들은 거의 없어진 것 같다.

 

 

[7월 10일 일요일(아침): 팬케이크 굽기]

 

어젯밤에는 꽤 잘 잤다. 포격도 없었고, 총성도 들리지 않았다. 상쾌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아침 8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이곳에 함께 갇혀있는 친구의 생일이다. 팬케이크와 생일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내 방으로 돌아왔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 같았다. 하지만 팬케이크를 굽고 있던 도중에 친구로부터 주바의 어느 두 지역에서 집중 포격과 총격전이 있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전으로 파괴된 남수단의 초등학교

 

[7월 10일 일요일(저녁): 비가 내림]

 

내가 비 소식을 듣고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비 때문에 내전은 잠시 중단되었다. 군인들은 비에 젖는 걸 무서워한다. 비는 아마 세차게 그리고 오래 내릴 것 같다.

아침의 막간 베이킹 후 주바 곳곳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이어졌다. 공항은 폐쇄됐다. 우리는 총격과 발포 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떨었다. 아파트 근처에서 탱크가 지나갔고, 헬리콥터가 우리 건물 위로 날아갔다. 내 방에 두서너 개의 은신처를 만들려고 했지만, 적절한 곳이 없었다. 탱크가 도로를 폭격하기 시작하자 우리는 빌딩이 무너질 것을 대비해 좀 더 안전한 복도로 이동했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때,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앞으로 오래오래 비가 더 내리기를… 

 


남수단 내전에 참여한 소년병의 모습

 

[7월 11일 월요일: 바리케이드]

 

비가 그쳤다. 하지만 아침부터 다른 비가 내린다. 좀 더 시끄럽고 무서운 비가 내린다. 우리는 다시 복도로 나왔다. 여전히 총성은 끊이지 않고, 헬리콥터는 머리 위로 날아다닌다. 손이 덜덜 떨린다.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하지만 아마 아직도 공항은 닫혀있을 것이다.

 

우리의 몸은 모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있었다. 한 친구는 코피를 흘렸다. 다른 친구는 자꾸 구토 증세를 보였다. 나는 위가 안 좋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 그나마 이렇게나마 글을 쓰는 시간에는 마음이 안정되었고, 떨리는 손도 멈췄다. 계속 타이핑을 해가야겠다.

 

여러 물건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클로에의 방 문

 

[7월 12일 화요일(아침): 불길한 생각]

 

휴전이 선언되었다. 하지만 어젯밤, 도시를 뒤덮은 총격전이 있었다. 바로 우리 건물에 총을 쏘는 것 같은 큰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정말 죽는구나 싶었다.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흐느껴 울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지금 남수단 도시 곳곳에 약탈과 강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들었다. 도시를 감싼 공포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7월 12일 화요일(저녁): 스트레스]

 

지금 많은 글을 쓰기에는 너무 피곤하다. 난 유니세프 게스트하우스 중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살고 있던 아파트를 떠날 때는 기분이 좀 이상했다. 현재 거리는 조용하지만,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난 샤워를 하다 주저앉아 울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눈물이 되어 펑펑 쏟아졌다. 난 스스로 되뇌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친구들 대부분은 이미 다른 곳으로 대피했고, 나머지도 내일 이곳을 떠난다. 나도 곧 따라갈 것 같다. 오늘은 길게 일기를 쓸 기력조차 없다. 자러 가야겠다. 거실로 나가야겠다. 침실에는 창문이 너무 많아 무섭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클로에

 

2016년 7월 14일, 클로에는 동료들과 함께 케냐 나이로비로 안전하게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나이로비에 머물며 상담사와 동료들의 지원을 받으며 업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 16,000명의 어린이가 남수단 무장단체에 징집되었습니다. 올해에만 8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추가로 징집된 숫자입니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남수단 내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