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후원자님께,

안녕하십니까?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이기철입니다. 지난 5월 초 어린이날을 맞아 후원자님께 안부 인사를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최근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후원자님께서도 유니세프가 과연 후원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를 당연히 궁금해하실 것으로 생각하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후원자님들께 이러한 글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지난주에 내부 회의를 했습니다. 이러한 글이 오히려 후원자님의 불안감을 높일 수도 있다는 일리 있는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후원자님들과의 솔직하고 투명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글을 올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저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으로서 여러분들의 소중한 후원금은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회계 부정이나 유용은 전혀 없음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높은 투명성과 효율성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근거를 몇 가지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100원의 기부금을 받으면, 이중 85.1원을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 유니세프 본부로 송금합니다. 이 비율은 선진국 33개에서 유니세프를 대표하는 국가위원회 중에서 가장 높으며, 국내에서도 가장 높은 그룹에 해당합니다. 나머지 14.9원 중 2.9원은 직원들 급여로, 2.2원은 관리 운영비로, 나머지 9.8원은 아동권리 옹호 및 PR 등 비용으로 지출됩니다.

운영비 등 국내 지출은 최대한 절약합니다. 저는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 항공권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부임 직후 후원자님들께 드린 약속을 지난 2년간 예외 없이 준수하였습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부과된 과태료 320만 원도 후원금이 아닌 저의 사비로 지급하였습니다. 임원실 직원도 2명에서 1명으로 줄였습니다.

둘째,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 효율성, 책무성 등을 평가하는 독립기관인 한국 가이드스타로부터 2년 연속하여 종합점수에서 만점인 3스타와 크라운 인증을 받았습니다. 나아가 올해에는 20개의 평가항목 모두에서 만점인 4점을 받았습니다. 3스타, 크라운 인증과 함께 전 항목 만점을 받은 기관은 피평가 기관 9,648개 중 유니세프를 포함해 4개에 불과합니다.

셋째,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매년 회계 내용에 대해 내부감사, 외부감사를 받으며, 유니세프 본부에도 보고합니다. 국세청의 관련 규정에 따라 성실하게 회계 내용을 신고하고 있습니다. 상세한 결산 내역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국세청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익법인에 있어 신뢰는 생명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저의 최우선 목표는 유니세프에 대한 후원자님들의 신뢰를 더욱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적극적인 모금사업을 추진해서 모금액을 늘리는 것보다, 후원자님들이 유니세프를 후원하시는 데 자부심을 느끼시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후원자님들의 신뢰가 높아지면 한국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후원금은 그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해 왔습니다.

후원자님의 신뢰는 후원자님들의 원래 뜻에 맞게 후원금을 사용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저와 직원들은 작은 지출을 할 때도 과연 이것이 후원자님의 뜻에 부합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 봅니다. 최대한 많은 금액이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후원자님들의 뜻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2년 전 유니세프에 들어온 후 저는 사내 분위기를 보고 놀랐습니다. 사무실에서 공짜로 먹을 수 있도록 비치되어 있는 것은 물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커피 머신을 구입하고 직원들이 오후 늦게 간식할 수 있는 과자 약간을 비치하라고 했습니다만, 여기에도 반대 의견이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직원 월급을 물가 상승율 정도로 인상하는 데에도 반대 의견이 많아 지난 2년 동결했습니다. 자신들에게 엄격한 자세, 이것이 유니세프의 사내 문화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과거 33년 동안 공무원으로 일했던 저는 부족함이 많고 뛰어난 능력도 없습니다만,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라는 데 대다수 주위 분들이 동의하실 것입니다.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세다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긴 공무원 근무기간 동안 징계는 물론 가장 경미한 경고나 주의도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저의 성격을 말해 줍니다.

존경하는 후원자님,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더욱 투명하고 건강한 조직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잘못되거나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따끔하게 질책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의 핸드폰(010-3096-7233)으로 직접 전화 주시거나, 개인 이메일(keyclee@unicef.or.kr)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지적도 천금같이 무겁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다시 한번 후원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에 건강 유의하시고 후원자님과 가족분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저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한다는 후원자님들의 뜻을 나침반으로 삼아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를 묵묵히 수행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