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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직원 인터뷰]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 WASH 전문가 김한철 님

2021.01.01

 

“내가 낸 후원금은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후원자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유니세프가 들려줄 수 있는 답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그렇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발로 뛰는 유니세프의 사람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행기를 타기가 어려운 요즘. 특별히 조금 더 먼 곳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서면으로 진행되었지만, 마음만은 여행을 떠난 기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의 WASH팀 WASH 전문가 김한철 님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해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유니세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 WASH 팀에서 WASH Specialist로 재직 중인 김한철이라고 합니다. 2016년 10월, 유니세프 몽골 사무소를 시작으로, 케냐 사무소를 거쳐 현재 태국 지역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WASH, 대중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A. WASH는 Water, Sanitation and Hygiene의 약자로, 쉽게 말하면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를 포함하여 지역 주민들이 깨끗한 식수를 마시고, 위생적인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기관과 협력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콜레라, 설사병과 같은 전염병을 미리 예방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죠.

 

 

Q.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현재 계신 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태국 지역사무소에서는 몽골, 베트남, 필리핀, 태평양 도서 국가 등을 포함하여 총 26개 국가 사무소의 WASH 프로그램을 조율,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케냐와 몽골의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기획, 실행, 관리하는 업무도 담당했었습니다.

 

 

2020년 10월, 유니세프 케냐 사무소 WASH 팀원들과 함께한 사진입니다. 유니세프는 190여 개 나라와 영토에서 모든 어린이들, 특히 가장 소외된 어린이의 권리와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일합니다.

 

 

Q. WASH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학부 때 화학공학을 전공했지만, 전공보다는 빈곤, 불평등 개발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2003년 졸업 후 가나로 가서 1년간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가나를 비롯하여 서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면서 물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했는데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국제개발분야에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길이 흔치 않아서, 하고 싶은 일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사기업에서 2년간 근무하다, 영국에서 개도국의 물과 위생 관련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제기구, 정부기관, NGO 등을 거치며 국제개발 업무를 해왔습니다.

 

 

Q. 많은 일들을 해오셨네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유니세프에서 일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영국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하면서 유니세프에서 발간한 WASH 관련 보고서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유니세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훗날 기회가 되면 직접 일해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몇 년 후 우간다 유엔난민기구에 근무할 당시 유니세프 주최로 5일간 진행된 긴급 구호 관련 교육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유니세프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상세히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니세프가 다른 어떤 국제개발 단체보다도 WASH 프로그램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계약이 종료될 시점에 몽골 유니세프 컨설턴트 채용 공고를 보고 기회라고 생각했죠.
 

 

2018년 11월, 케냐 트루카나 지역 첫 출장 당시 사진입니다. 큐드럼(원통형 물통)을 이용해 물을 힘겹게 옮기던 어린이를 만났습니다. 모든 어린이는 오염 및 위험 요소로부터 보호받으며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유니세프는 모든 어린이가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식수와 위생시설을 지원합니다.

 

 

Q. 유니세프에서 일하는 것이 특별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A. 유니세프의 모든 프로그램이 전 세계 어린이의 권익에 집중되어 있었던 점이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몽골의 WASH 프로그램은 학교 WASH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학생 전반의 모든 활동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구조였습니다. 특히, 여러 국가에서 소녀들의 안전하고 깨끗한 생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요. 각종 연구 조사는 물론 인식 전환 캠페인,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월경 관리 어플리케이션 등, 모든 것이 아동 위주로 재편성되어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초기에 새로 공부해야 할 내용들이 상당했었죠. 교육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요. 주로 만나는 대상이 교사와 어린이들이다 보니, 정말 내가 유엔의 대표 아동권리증진기관인 유니세프에서 근무하고 있구나, 하고 몸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Q. 현장에서 활동하다 보니, 수많은 경험을 하셨을 것 같아요. 가장 따뜻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몽골 임기 종료 2주 전,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약 1,500km 떨어진 카자흐스탄 국경 지역에 큰 홍수가 났고,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유니세프 사업 지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WASH 관련 지원 요청이 쇄도했죠. 여러 기관과의 협의 끝에 긴급 구호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며칠 뒤, 현장 실태조사를 나가게 되었고, 관련 지역 공무원, 학교 관계자, 학생, 주민들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여러 피해 지역 중 시골 오지 학교에 방문했는데요. 생각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선생님과 학생들이 저희를 반갑게 맞이해주셨고, 따뜻한 밀크티도 대접해 주셨습니다. 몹시 추운 날씨에 이동하느라 많이 지쳐있었는데, 따뜻한 우유 한 잔에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은 피해를 당해서 침구류, 교재 등이 흙탕물에 젖고 엉망이 된 상태였음에도 반가운 표정을 지어주었고, 그 모습에 제가 오히려 더 큰 힘을 얻었습니다. 출장 시에는 주로 학교를 많이 방문하고 해맑게 웃는 아이들도 자주 만나는 편인데요. 그때가 몽골에서 마지막 출장이라 유독 따뜻하게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2018년 9월, 몽골·카자흐스탄 국경 지역의 홍수 피해로 실태 조사 중 초등학교에 방문해 어린이들을 만났습니다. 유니세프는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정부, 민간 부문, 학계, 시민 단체 및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합니다.

 

 

Q. 힘들거나 어려운 일도 있을 것 같아요.
A. 유니세프 케냐 사무소에서 근무할 때 특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케냐의 북서부에 위치한 투르카나 지역에 식수 공급 사업을 신규로 착수할 때였는데요. 이 지역은 한낮 기온이 35~40도로 엄청난 열기를 발산하고 매우 건조하지만,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적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른 강바닥을 파서 물을 구합니다. 만성적으로 물 부족 사태를 겪는 지역이죠. 케냐에 부임하고 한 달 만에 타당성 조사 차원에서 이곳을 방문하였는데요. 하루 종일 현장을 돌아다니느라 녹초가 된 상태에서 도착한 숙소는 선풍기도 없는 오지 마을이었습니다. 잘 때에도 옷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10분에 한 번씩은 자고 깨기를 반복하며 밤을 지새웠던 것 같습니다. 유엔 규정상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된 숙소에서 머물러야 하지만, 이곳은 예외적인 곳이었죠. 한 달에 일주일 정도 이 지역으로 출장을 갔었는데, 이후로 늘 간이 모기장을 들고 다녔습니다. 야외에 설치한 모기장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과 밤하늘에 수놓인 별을 보면서 잠자리에 들었고, 점차 현지 상황에 적응했습니다. 한 번은 소규모 댐을 만들 장소를 답사하기 위해, 협곡을 거슬러 상부 지역까지 올라가는 도중 발목을 삐어서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정상까지 올라간 일도 있었습니다. 뙤약볕 아래서 걷느라 현기증이 날만큼 힘들었지만, 흙탕물이라도 구하기 위해 매일 수백 미터를 걸어야 하는 지역 주민들과 아이들에 비하면 고생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습니다.

 

 

Q. 어린이를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을 느끼실 때가 있나요?
A. 유니세프의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어린이의 보이지 않는 대변인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몽골과 케냐에서 근무할 때는 직접 현장에서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고, 위생적인 화장실을 사용하며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는데요. 태국 지역사무소에는 국가 사무소에서 요청한 업무들을 후방에서 지원하고, 동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가시적으로 효과를 내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유니세프에서는 정부 정책이나 제도, 역량을 개선하는 활동을 통해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내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도 유의미하죠.

 

 

Q. 인터뷰에 성실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후원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제가 담당하고 있는 WASH 업무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유니세프는 이외에도 보건, 영양, 아동보호, 교육, 성 평등,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전 세계 어린이의 권익 실현을 위해서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이 한국의 후원자분들이 계시기에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모로 많이 힘든 시기지만, 앞으로도 전 세계 어린이를 향한 유니세프의 활동에 따뜻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